팀 버튼과, 그가 그동안 영화 안에서 보여줬던 환상적인 분위기가 잘 어울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만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던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닐것입니다.
Absolutely!
그러나 바쁜 일상에 잊혀졌던 그 기대감은 이번에는 애인님의 권유에 의해 갑자기 눈앞으로 찾아왔습니다.
다시 한번 기대감에 흠뻑 젖어서 인터넷 영화평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추천이던 비추천이던 의외로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들 중 눈에 띄는것은 '팀 버튼 답지 않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허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의아해 하며 유명한 영화평가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 들어가봤으나 여기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라는 것은 원래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것이며 (물론 누가봐도 ㄸ인 영화는 존재합니다만!) 또한 '팀 버튼 답지 않다.' 라는 항목 또한 개개인마다 팀 버튼 감독에게 바라는 것이 다를 수 있는것. 보기도 전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말 표를 예매를 했고 (와우! 역시 아이맥스는 바로 매진; 디지털 3D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바타와는 달리 3D가 중요한건 아니니까!) 관람을 마쳤습니다...
일단, 저 스스로는 미리니름(네타바레)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기도 하지만 그 경계선에 대해서도 모호하기 때문에, 되도록 미리니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겠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에 민감하신 분들은 밑의 글을 읽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한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의 마음도 어느정도는 이해는 갑니다만,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기대보다 팀 버튼의 도전이 더 높은 차원에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의 감상이 틀렸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바라는 '팀 버튼 다움'과 팀 버튼 감독 스스로가 추구하는 바는 과연 같은걸까요?
원작과 달리 앨리스는 주변 환경에 압박받는 19세의 소녀, (약간 괴짜라는 점은 원작이나 19세나 마찬가지군요.) 그럼에도 도입부는 원작 패턴으로 가다가 뒤로 갈수록 오리지날로 흘러가는 스토리. 최종적으로는 현실로 돌아와 자신을 압박하는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은 현실에 지쳐 스크린 안의 환상으로라도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자신들을 채찍질하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긴 저도 막바지에 앨리스가 원더랜드에 그대로 남는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일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이 영화는 진짜로 팀 버튼 감독의 최악의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괴로움은 모든 환타지아가 가지는 딜레마입니다. 관객들이 원하는대로 위안과 카타르시즘만을 선사하는 영화가 후에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라스트 액션 히어로"가 문자 그대로 '처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스토리를 정당화 하는것은 아닙니다. 이번 영화는 원작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설정을 가져와서 '오리지날'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제목이 낚시같은 느낌을 받습니다만.) 관객들은 '원작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팀 버튼이 만들면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진짜 환상을 보여줄지도 몰라!' 라고 기대하였으나, 팀 버튼은 자신만의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한 후에, 원작의 캐릭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새로운 환타지아를 창조했습니다...
사실 '오리지날로 보면 나쁘지 않을 듯한' 스토리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그 오리지날 스토리임에도, 원작을 잘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실 원작에서 잔뜩 나오는 말장난마저도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는 코드가 잘 안맞는다는 점과 영어 말장난이라 한국어 자막으로는 그게 말장난인지 뭔지도 감이 안온다는 점이지요...
그렇게 보면 약간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는 '패러디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타워즈' 광팬이 아니면 봐도 재미가 없는 '스페이스 홀즈' 처럼 말이지요. 물론 단순한 패러디 영화와 확연히 다른점은 바로 팀 버튼의 영화에서 맛 볼수 있는 '바로 그 테이스트!' 지요. (아~ 이거 진짜 말로 표현 못하겠네요^^;)
뭐 조금 현학적인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아무튼 '뻔한 기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역시 팀 버튼 감독이다!' 라는것이 제 감상입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소설판으로 못읽어본 분이라도 그냥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특히 그 원작을 부숴버릴듯이 귀여움을 뒤집어쓴 채셔 캣이란!!!!!!!!!!!!
아무래도 3D가 아닌 일반 영상으로 다시 한번 관람해야겠습니다. 이왕이면 초딩들 없는 조조나 야간으로...
(역시나 소재 때문인지 관람객중에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많았었습니다... 내 옆 초딩은 중간에 콜라도 쏟고... 뭐 그래도 초딩치고는 조용하게 보더군요 ㅋㅋ)
그나저나 이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만으로 검색해서는 영화관련 정보가 앞부분을 다 차지해버리는군요. 원작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루이스 캐롤' 이나 '존 테니얼'을 붙여서 검색해야겠습니다.ㅎㅎ